윤서진은 해가 지고 나서야 카메라를 꺼낸다. 낮에는 평범해 보이던 골목이 가로등과 간판 불빛 아래에서 전혀 다른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서울의 밤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옷차림을 기록해 왔다.
“밤에는 옷의 색보다 질감이 먼저 보여요. 가죽은 빛을 받고, 울은 빛을 먹죠. 같은 검정 코트라도 소재에 따라 사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방 하나에 담긴 장비
그의 장비는 단출하다. 작은 카메라 한 대와 렌즈 하나, 여분의 배터리. 모두 어깨에 메는 작은 가방 하나에 들어간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경계하기 때문이란다.
좋은 스트리트 사진은 사람을 쫓아가서가 아니라, 기다려서 찍는 거예요.
윤서진, 사진가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카키색 코트 깃을 세우며 말했다.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아서 좋아요. 젖은 거리에서는 모든 불빛이 두 배가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