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1구의 작은 작업실. 벽면을 가득 채운 상자에는 공장에서 버려질 뻔한 원단 조각들이 색깔별로 담겨 있다. 디자이너 한지호는 이 조각들로 매 시즌 컬렉션을 만든다.
“처음엔 비용 때문이었어요. 새 원단을 살 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투리를 이어 붙이다 보니, 그 이음새가 오히려 옷의 얼굴이 되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그의 옷에는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원단의 양과 모양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그 불완전함을 사서 입는다. 세상에 하나뿐인 옷이라는 사실이 가격보다 먼저 전달된다.
지속 가능성은 유행이 아니에요. 옷을 만드는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값이죠.
한지호, 디자이너
다음 컬렉션의 주제를 묻자 그는 웃으며 상자 하나를 열어 보였다. 지난 시즌에 쓰고 남은 조각들이다. “남은 것으로 다시 만들어요. 그게 제 방식이니까요.”